[오은선·김연아 소용돌이] 금 간 사제의 정…시끄러운 칸첸중가
연아, 말 대신 눈물 쏟다 오서, 아사다 소속사와 계약…연아 측, 코치에게 서운함 오서, 명성에 비해 낮은 급여…갑작스러운 결별에 배신감 김연아(20.고려대)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캐나다 토론토의 지역지 '토론토 스타'는 26일자에 "(토론토 크리켓클럽의) 링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연아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김연아는 여러 사람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며 "한국의 자부심인 김연아는 상심한 듯 보였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기 있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결국 그는 한 발도 내딛지 않고 링크를 떠났다"고 25일(한국시간) 상황을 묘사했다. 오서 코치와 김연아의 공방전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둘 사이 감정의 골은 아직도 깊다. 무엇이 이들을 갈라서게 했을까. ◇김연아의 입장= 2010 밴쿠버 겨울 올림픽 후 피겨 전문가들은 "김연아의 기량에 모자람이 없다"고 했다. 점프는 완벽했고 스핀이나 스파이럴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기술적으로 더 성장할 데가 없어 보였다. 그때부터 김연아 측은 코치 교체를 생각해 왔을 수 있다. 피겨계에서는 "연령대에 맞는 코치가 다 따로 있다"고 한다. 이제 김연아에게는 기술 지도보다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코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 코치하고만 작업을 이어간 것도 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또 오서 코치는 최근 IMG 뉴욕과 계약하면서 미국.일본의 주니어 선수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IMG 소속이자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일본)의 코치 제안설도 흘러나왔다. 김연아로서는 자신에게 전적으로 신경써 줄 수 없는 오서 코치가 서운했을 게 당연하다.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의 결별 스토리를 다룬 26일자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스타' 스포츠면. ◇오서의 입장= 김연아를 만나기 전까지 오서는 아이스쇼 투어를 주로 했다. 그러다가 2006년 5월 김연아를 처음 만났고 김연아 측의 간곡한 부탁으로 코치로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오서는 김연아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명성에 비해 낮은 급여(1시간 110달러.약 13만원)를 받았고 김연아가 주역을 맡은 아이스쇼 때는 돈을 받지 않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연아와의 관계를 단순한 계약 이상의 신의 차원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결별 통보에 배신감을 느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두 사람은 피겨 목표 설정을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오서는 도전 김연아는 안정에 무게를 뒀다. 오서는 "김연아가 잘 시도하지 않는 트리플 루프 점프도 언젠가는 시도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악셀 점프를 뛸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온누리 기자 --------------------------------------------------------------------------------- 오은선, 역공에 나서다 14좌 완등자에 정상 사진 요구…연락 끊고 자료 준비 홀리 여사 한국상황 계속 문의…완등 타이틀 알 수 없는 상황 오은선(44.블랙야크)씨의 칸첸중가 등정을 둘러싼 의혹 제기 과정에서 국내 산악인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산악계 전체가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산악연맹(대산련)이 26일 칸첸중가 등정자 모임을 한 뒤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공식 발표하자 곧바로 오씨는 "그분들이 내 등정 여부를 판단할 자격이 있느냐. 그분들의 등정 사진도 공개적으로 요구하겠다"고 역공세를 폈다.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는 히말라야 8000m급 정상을 다녀온 산악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정상 사진이 맞느냐 정상에 올랐느냐"고 묻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 산악인끼리 각자의 정상 사진을 놓고 '정상이다 아니다'라고 논쟁을 벌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게 됐다. 이런 와중에 칸첸중가 등정자 모임에 참석했던 한 산악인은 "오씨의 칸첸중가 사진 말고도 다른 것(8000m급 등정)도 의심이 간다"고 말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아직까지 해외에서 별다른 반응은 없다. 히말라야 등정 기록의 권위자인 홀리 여사와 함께 히말라얀데이터베이스(히말라야 등정 기록을 수집.관리하는 민간기관)에서 일하는 지반 셰르파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 논쟁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명백히 한국 산악단체의 결정을 우리의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홀리 여사는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의 산악단체에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에 대해 '논란 중(disputed)'이라는 유보 입장을 유지해도 되겠느냐"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홀리 여사뿐 아니라 유럽 언론들에서도 이런 문의가 있었다. 이의재 대산련 사무국장은 "아직 해외에서 어떤 요청을 받은 것은 없지만 홀리 여사 등이 26일 칸첸중가 등정자 모임의 내용을 받아보길 원한다면 보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홀리 여사가 데이터베이스에 '논란 중'이라는 단서를 유지한다면 오씨의 여성 최초 8000m급 14좌 완등 타이틀의 권위와 신뢰성도 크게 흔들리게 된다. 여전히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기 때문이다. 27일 현재 오씨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대산련 또한 오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자료를 더 모으고 있는 중이며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의재 국장은 "오씨가 칸첸중가를 등정했다는 확실한 자료를 제시한다면 등정자 회의를 한 번 더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